렌즈는 한 점에 모으지 못한다 — 수차와 비구면
이상적인 렌즈는 계산 속에만 있습니다. 실제 렌즈는 색에 따라, 그리고 통과 위치에 따라 초점이 어긋납니다. 그 어긋남을 줄이려고 렌즈를 겹치거나 면을 깎습니다.
렌즈를 그릴 때 우리는 빛이 한 점에 모이는 그림을 그립니다. 실제로는 모이지 않습니다. 평행하게 들어온 빛이 한 점에 모이지 못하고 번지는 현상을 통틀어 수차(aberration) 라고 합니다.
수차는 렌즈를 잘못 만들어서 생기는 결함이 아닙니다. 구면과 굴절이라는 원리 자체에서 따라 나오는 것이라, 없앨 수는 없고 줄일 수만 있습니다. 광학 설계란 대체로 어떤 수차를 얼마나 참을지 정하는 일입니다.
색수차 — 색마다 초점이 다르다
유리의 굴절률은 파장에 따라 다릅니다. 프리즘이 백색광을 무지개로 가르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짧은 파장(파랑·자외선)이 더 크게 꺾이고, 긴 파장(빨강·적외선)이 덜 꺾입니다.
렌즈도 같은 유리 덩어리이므로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파란빛은 렌즈에 가까운 곳에, 빨간빛은 먼 곳에 초점을 맺습니다. 하나에 초점을 맞추면 나머지가 흐려집니다. 이것이 색수차(chromatic aberration) 입니다.
색수차가 실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다파장 LED 광원의 예가 분명합니다. 채널마다 파장이 다르면 같은 렌즈를 써도 LED를 놓아야 할 자리가 달라집니다. 아래는 초점거리가 다른 두 콜리메이터에서 각각 실측한 값입니다.
| 파장 | f=24mm 렌즈 | f=26mm 렌즈 (N.A. 0.8) |
|---|---|---|
| 365nm (UV) | 13.84mm | 10.292mm |
| 405nm | 14.10mm | 10.563mm |
| 455nm | 14.33mm | 10.809mm |
| 555nm | 14.63mm | 11.122mm |
| 613nm (적색) | 14.74mm | 11.242mm |
렌즈가 달라도 자외선과 적색 사이는 0.9mm 남짓으로 비슷하게 벌어집니다. 채널이 물리적으로 분리된 구조라면 칩 위치를 파장마다 다르게 고정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하나의 광로에 여러 파장을 함께 보내야 한다면 렌즈 쪽에서 잡아야 합니다.
구면수차 — 같은 색인데도 어긋난다
색을 하나로 통일해도 문제가 남습니다. 렌즈 면이 구(sphere)의 일부이면, 가장자리를 지난 빛이 중심을 지난 빛보다 더 세게 꺾입니다. 그래서 초점이 한 점이 아니라 축을 따라 번진 선이 됩니다. 이것이 구면수차(spherical aberration) 입니다.
구면을 쓰는 이유는 만들기 쉽기 때문입니다. 연마 공정상 구면이 가장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정확해서 고른 형태가 아니라 가공하기 쉬워서 굳어진 형태입니다.
두 가지 해법 — 겹치거나 깎거나
렌즈를 겹친다 (접합 렌즈, doublet)
굴절률과 분산이 다른 두 유리를 붙입니다. 앞 렌즈가 만든 색 번짐을 뒤 렌즈가 반대 방향으로 되돌리는 방식입니다. 색수차에 특히 효과적이라 색지움 렌즈(achromat)라고 부릅니다.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렌즈 장수가 늘어 두꺼워지고 무거워집니다.
면을 깎는다 (비구면 렌즈, aspheric)
렌즈 면을 구의 일부가 아니라 위치마다 곡률이 달라지는 곡면으로 만듭니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덜 꺾이도록 설계하면 구면수차가 사라집니다. 렌즈 한 장이 여러 장 몫을 하므로 매수를 줄일 수 있고, 그만큼 계면 반사 손실도 줄어듭니다. 대신 가공과 검사가 어렵습니다.
비구면의 형상은 원뿔 상수와 짝수차 계수로 기술합니다. 실제 설계값은 이런 모양입니다.
| 항목 | 값 |
|---|---|
| 곡률 반지름 (R) | −15.6 |
| 원뿔 상수 (k) | −3.82939 |
| 4차 계수 (A4) | −9.9705276e-05 |
| 6차 계수 (A6) | 2.9728385e-07 |
| 8차 계수 (A8) | −8.8698813e-10 |
| 10차 계수 (A10) | 1.3937849e-12 |
| 12차 계수 (A12) | −9.0346909e-16 |
숫자가 작아 보이지만 12차 항까지 쓰는 이유는, 가장자리로 갈수록 보정량이 급격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계수 하나가 틀리면 렌즈는 그냥 이상한 구면이 됩니다.
왜 둘을 같이 쓰나
비구면은 구면수차에 강하고, 접합은 색수차에 강합니다. 서로 다른 수차를 잡습니다. 그래서 밝고 넓은 빔을 다뤄야 하는 광학계에서는 비구면 + 접합렌즈를 함께 씁니다.
빔을 평행하게 만드는 콜리메이터에서 두 방식을 비교하면 차이가 눈에 보입니다. 같은 초점거리(F=40mm)와 같은 입사 전각(72°)에서, 단일 비구면은 빔 지름 23mm에 단면 밝기가 고르지 않고, 비구면에 접합렌즈를 더하면 25mm에 균일도가 뚜렷하게 나아집니다.
남은 수차들
색수차와 구면수차는 광축 위에서 생기는 수차입니다. 축에서 벗어난 지점에서는 다른 것들이 더 나타납니다.
| 수차 | 증상 |
|---|---|
| 코마 (coma) | 축 밖의 점이 혜성 꼬리 모양으로 늘어진다 |
| 비점수차 (astigmatism) | 가로선과 세로선의 초점이 다르다 |
| 상면 만곡 (field curvature) | 화면 중앙에 초점을 맞추면 주변이 흐려진다 |
| 왜곡 (distortion) | 직선이 휘어 보인다 (배럴·핀쿠션) |
현미경 대물렌즈에 붙는 등급 표기(Plan, Apo 등)는 이 수차들을 어디까지 잡았는지를 나타냅니다. Plan은 상면 만곡을, Apo는 색수차를 세 파장까지 보정했다는 뜻입니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렌즈 매수가 늘고 값이 오르는 것은, 잡아야 할 수차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정리
| 원인 | 해법 | |
|---|---|---|
| 색수차 | 파장마다 굴절률이 다르다 | 접합 렌즈, 파장별 거리 조정 |
| 구면수차 | 구면의 가장자리가 더 꺾는다 | 비구면 렌즈, 조리개로 가장자리 차단 |
| 코마·비점수차·상면 만곡 | 축을 벗어난 빛의 경로 차이 | 렌즈 매수를 늘려 보정 (Plan·Apo 등급) |
수차를 완전히 없앤 렌즈는 없습니다. 어떤 수차가 내 실험에서 문제가 되는지 정하고, 거기에 맞는 렌즈를 고르는 것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