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굴절과 위상차 — 투명한 것의 내부를 보는 법
유리나 플라스틱처럼 속이 비쳐 보이는 재료도 내부에 응력이 남아 있습니다. 편광을 쓰면 그것을 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리 기판에 구멍을 뚫거나, 플라스틱 렌즈를 사출하거나, 필름을 늘리면 재료 안에 응력이 남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나중에 깨지거나, 상이 일그러지거나, 공정에서 불량이 됩니다.
문제는 투명하다는 것입니다. 속이 다 비쳐 보이는데 정작 중요한 정보는 보이지 않습니다.
복굴절 — 방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는 현상
응력을 받은 재료는 방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집니다. 이것을 복굴절(birefringence) 이라고 합니다. 빛이 이런 재료를 지나면 진동 방향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고, 빠져나올 때는 두 성분 사이에 시간차가 생깁니다.
이 시간차를 길이 단위로 나타낸 것이 위상차(retardation) 이고, 단위는 나노미터(nm)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위상차의 크기는 그 지점에 걸린 응력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즉 위상차를 재면 응력을 알 수 있습니다. 재료를 자르거나 부수지 않고도 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색으로
위상차는 그냥 보아서는 알 수 없습니다. 빛의 진동 방향을 가려내는 편광 장치를 써야 드러납니다. 편광판과 파장판을 통과시켜 빛을 특정 상태로 만든 뒤, 시료를 지나며 그 상태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측정합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편광판 두 장을 직각으로 엇갈려 두는 것입니다. 보통은 빛이 하나도 지나가지 못하지만, 복굴절이 있는 자리에서만 빛이 새어 나옵니다.
측정 결과는 보통 색으로 표시합니다. 응력이 큰 곳은 붉게, 작은 곳은 푸르게 나타내면 분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어느 구멍 주변에 응력이 몰려 있는지, 가공이 고르게 됐는지가 사진 한 장으로 보입니다.
위상차만이 아니라 방향도
응력에는 크기뿐 아니라 방향이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당겨지고 눌리는지에 따라 복굴절의 축이 달라지므로, 위상차와 함께 배향각(orientation) 도 측정합니다.
배향각까지 알면 단순히 “여기가 위험하다”를 넘어 “어느 방향으로 힘이 걸려 있다”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제 측정 화면에서는 커서를 올린 지점의 위상차와 배향각이 함께 표시됩니다.
어디에 쓰이나
- 유리 기판·TGV — 관통 전극 가공 후 구멍 주변에 남은 응력. 반도체 패키징에서 기판이 휘거나 깨지는 원인이 됩니다
- 초박막 유리(UTG) — 접히는 디스플레이용 유리의 잔류 응력
- 렌즈 — 사출 성형이나 열처리 후의 왜곡. 광학 성능 저하로 이어집니다
- 필름·수지 성형품 — 연신 방향과 균일도
- 웨이퍼 — 결정 결함과 가공 왜곡
실제 측정 예를 보면 이렇습니다.
재는 방법이 빨라야 하는 이유
전통적인 편광 현미경 관찰은 사람이 편광판을 돌려가며 눈으로 판단합니다. 정성적이고 느립니다.
편광 이미지 센서 는 센서의 화소마다 방향이 다른 편광자를 얹어, 한 번 촬영하는 것만으로 위상차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전부 얻습니다. 촬영이 한 번이면 생산 라인에서 흘러가는 제품을 그대로 검사할 수 있습니다.
네 칸이 방향을 읽어내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빛의 진동 방향이 칸의 편광자 방향과 가까울수록 그 칸이 밝아지므로, 네 칸의 밝기 비율만 보면 진동 방향을 거꾸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센서를 현미경에 얹으면 수 µm 크기의 구조도 같은 방식으로 잴 수 있습니다.
화소마다 얹은 편광자는 어떻게 만드나 — 포토닉 결정
화소 하나하나에 방향이 다른 편광자를 얹는다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만들려면 빛의 파장보다 작은 구조를 정확히 새겨야 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포토닉 결정(photonic crystal) 입니다. 자연에 있는 재료로는 낼 수 없는 광학 특성을, 규칙적인 인공 구조를 만들어 얻는 기술입니다.
구조가 워낙 미세해 실용화한 곳이 많지 않은데, Photonic Lattice는 이것을 비교적 단순한 공정으로 만듭니다. 요철이 있는 웨이퍼 위에 박막을 여러 층 쌓는 것이 전부입니다. 요철의 크기는 수십 nm에서 수 µm까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패터닝 한 번과 증착만으로 정밀한 3차원 구조가 됩니다.
원리는 두 가지입니다.
- 구조의 이방성이 편광을 가른다. 굴곡진 다층막은 세로 편광과 가로 편광에 대해 광학 특성이 달라집니다. 이방성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는 웨이퍼의 패턴이 정합니다.
- 층 두께가 역할을 정한다. 다층막 안에서 일어나는 빛의 간섭을 층 두께로 조절하면, 한쪽 편광을 반사하는 편광자가 되기도 하고 편광 상태를 바꾸는 파장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웨이퍼 패턴만 바꾸면 축 분포가 제각각인 편광자와 파장판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앞 절에서 본 “화소마다 방향이 다른 편광자”는 이 방식으로 한 장에 새겨 넣은 것입니다.
같은 기술이 편광 이미지 센서 외에 광통신용 다채널 편광 변환 소자, 반도체 웨이퍼 검사용 특수 필터에도 쓰입니다. 최근에는 기하학적 위상(geometric phase) 을 도입해 편광뿐 아니라 위상까지 제어하는 쪽으로 넘어가, 좌원편광과 우원편광을 갈라내고 빔 모양을 바꾸는 회절격자도 만들어졌습니다.
재고 나서 — 위상차를 쓸 수 있는 값으로
측정이 끝나면 위상차 분포가 나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대개 위상차 그 자체가 아니라 응력값이거나, 합격·불합격 판정입니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이 측정 소프트웨어의 몫입니다. Photonic Lattice의 PA·WPA 시리즈는 이 부분을 옵션으로 나눠 제공합니다.
위상차를 MPa로 — 응력 환산
가장 직접적인 것은 응력 환산(Stress Calculator) 입니다. 재료의 광탄성 계수와 두께를 입력하면 위상차 분포가 응력값(주응력차)으로, 단위는 MPa로 바뀝니다. 앞의 정리 표에서 “응력 — 위상차에서 환산한 내부 힘”이라고 적은 그 환산이 이것입니다.
두께를 입력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위상차는 빛이 지나온 거리에 비례해 쌓이므로, 같은 응력이라도 두꺼운 시료에서 더 큰 값이 나옵니다. 두께를 모르면 위상차만으로는 응력을 말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를 다듬는 필터
측정 데이터에는 잡음이 섞입니다. 필터 7종이 제공되며 자주 쓰이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필터 | 하는 일 |
|---|---|
| 메디안 | 스파이크성 잡음과 고립점을 걷어낸다 |
| 평균 | 공간 평균으로 랜덤 잡음을 줄인다 |
| 소벨 | 국부 변화를 강조하고 완만한 기복은 눌러, 국소 패턴을 드러낸다 |
| 기울기 보정 | 시료가 기울어 생긴 성분을 수평으로 되돌린다 |
| 주파수 | 특정 주파수 성분을 잘라내 결함을 찾아낸다 |
| 연산 | 사용자가 쓴 수식으로 위상차·축 방향·밝기를 계산한다 |
메디안과 평균을 함께 걸면 스파이크 잡음과 랜덤 잡음이 함께 줄어, 제조사 기준 잡음이 약 1/3 수준이 됩니다. 소벨은 평균 필터와 거의 반대되는 처리를 하므로 목적에 따라 갈라 씁니다.
연산 필터는 사칙연산과 abs·sin·cos·tan·asin·acos·atan·max·min·sqrt·exp·log 같은 함수를 쓸 수 있어, 직교 니콜(crossed-Nicol) 관찰 상을 만들어 보거나 여러 측정 데이터의 차분을 내는 데 쓰입니다.
렌즈처럼 둥근 시료 — 자동 판정
렌즈는 형상이 정해져 있어 자동화가 쉽습니다. 렌즈 해석 옵션은 원형 시료를 찾아내고, 재고, 판정하고, 저장하는 과정을 한 줄로 묶습니다. 임의의 조건으로 지정 영역의 합격·불합격을 가르고, 임의 반지름의 동심원과 임의 각도의 방사선을 자동으로 그려 그래프로 만듭니다. 사람이 손으로 하던 검사 공수와 조작 실수가 함께 줄어듭니다.
가장자리에서 생기는 가짜 위상차 — 시야각 보정
시료를 스테이지 가장자리에 놓으면 화면 주변부의 측정값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빛이 비스듬히 지나가면서 생긴 겉보기 위상차이지 시료의 성질이 아닙니다. 분자 배향이나 결정 배향이 있는 재료에서 특히 잘 나타나고, 보통의 측정으로는 걷어내기 어렵습니다.
시야각(FOV) 보정 은 실제로 필요한 위상차만 남기고 이 성분을 제거합니다. 중심이 0에 가까워지는 사발형(bowl) 분포와, 네 모서리가 함께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안장형(saddle) 분포 두 가지를 각각 보정합니다.
두꺼운 성형품 — 파장분산 모드
두께 5mm를 넘는 수지 성형품처럼 위상차가 크면, 편광 변화가 복잡해져 측정값이 갑자기 튀는 데이터 점프가 생깁니다. 파장분산 모드(CD 모드) 는 파장에 따른 분산을 이용한 알고리즘으로 이 구간에서도 재현성 있는 위상차를 계산해 이상값을 줄입니다.
이 옵션들은 이미 장비를 쓰고 있어도 나중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는 30일 무료 체험용 뷰어를 배포하고 있으니, 도입 전에 자기 데이터로 먼저 확인해 보는 편이 확실합니다. (사용 중인 버전에 따라 제어 PC 교체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정리
| 용어 | 뜻 | 단위 |
|---|---|---|
| 복굴절 | 방향에 따라 굴절률이 다른 현상 | — |
| 위상차 | 그로 인해 생긴 빛의 시간차 | nm |
| 배향각 | 복굴절 축이 향한 방향 | ° |
| 응력 | 위상차에서 환산한 내부 힘 | MPa |
투명해서 못 보던 것을 색으로 바꿔 보여주는 것 — 이것이 복굴절 측정이 하는 일입니다.